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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오르는 임신부, "방치 시 산모·태아 모두 위험.. 적극 치료해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49세 출산 여성 중 고혈압성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비율은 13.2%로 집계됐다. 이 중 임신 자체가 원인이 된 '임신성 고혈압' 환자도 4.7%에 달했다. 이에 심장내과 양태일 교수(가천대 길병원)와 함께 어떤 요인들이 임신 중 고혈압을 유발하고, 어떤 점들을 주의를 기울이며 혈압을 관리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아봤다.
고령 임신·기저 질환 증가와 의료 환경 변화가 주요인
임신부 고혈압 환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개인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태일 교수는 "수년 전과 비교해 대학병원에서 고혈압으로 산부인과와 심장내과가 협진하는 환자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이는 시험관 출생비율이 높아져 쌍둥이 출산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의 비율이 높아짐과 동시에, 고위험 산모들이 출산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은 줄어든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산모 개인의 요인으로는 고령 임신, 임신∙출산 전 비만 정도나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등 기저 질환을 이미 보유한 산모들이 늘어난 점이 임신성 고혈압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임신중독증' 진행 시 콩팥 손상... 악화 신호 살펴야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후 수축기 혈압 14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진단한다. 양태일 교수는 "단순히 혈압만 높은 상태를 '단순 임신성 고혈압'이라 부르며, 여기에 단백뇨가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전자간증)'으로 분류한다. 2023년 기준 임신성 고혈압은 전체 산모의 약 5%, 단백뇨가 동반되는 임신중독증은 2.5% 수준에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일부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양 교수는 "단순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 반드시 가정 내 혈압 측정을 병행해야 한다"며,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두통, 상복부 통증, 갑작스러운 시야 장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임신중독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강조했다.
모성 사망 원인 3위... 태아 발육부전 및 유산 위험
혈압 조절 실패로 인한 임신중독증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양태일 교수는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임신중독증까지 진행될 경우 산모와 태아 모두 큰 위험에 빠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 세계 모성 사망의 약 15%가 임신중독증과 관련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모성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할 만큼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태아에게도 발육부전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양수 감소증이 발생할 수 있고 조기 출산 및 유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무사히 출산을 마친 뒤에도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발생 비율이 증가하는 등 신체에 영향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 복용 꺼리기보다 입증된 치료제로 적극적 치료 필요
임신 중에는 태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약물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료가 더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양태일 교수는 "수 회 시행한 혈압 측정에서 고혈압 진단 기준을 충족하면 약물 치료를 권하며, 방치 시 모체와 태아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적극적인 약 복용과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임신성 고혈압 치료제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사용되며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므로 안심하고 복용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전 임신중독증 병력이 있거나 당뇨, 자가면역질환, 만성 신기능 저하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양 교수는 "아스피린은 산모, 태아에게 모두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적게라도 출혈 위험성이 있고,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신중해야 하기에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산 후 신부전 등 합병증 주의... 임신 전 체중 관리도 중요
임신성 고혈압은 대부분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정상화되지만, 임신중독증을 앓았던 여성은 향후 고혈압 발생 위험이 4배, 신부전은 3배 이상 높으며, 허혈성 심질환·뇌졸중·정맥혈전증·당뇨 발생률도 2배 이상 증가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임신 전 체중 관리가 핵심이다. 양태일 교수는 "비만인 경우 임신 전 몸무게를 관리하면 임신중독증 발생 비율을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임신 중 안정적인 혈압관리를 위해 주 3회,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과 적절한 체중 증가 속도를 유지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기존 고혈압 환자라면 임신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태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혈압약으로 변경한 뒤 가족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