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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한 잔, 사과 20개를 한번에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 한 잔 가격이 만 원을 넘는다면 어떨까? 설탕의 과도한 소비에 추가 세금을 물려 설탕 소비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설탕세'가 도입된 후의 모습일 수 있다. 국내 청소년 비만율이 급증하면서, 설탕세의 도입 논쟁이 뜨겁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년 새 청소년 비만율은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해 117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승엽 원장(잠실에프엠의원)은 "특히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좋은 카페의 제조 음료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당류가 포함돼있어 청소년 비만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밀크티나 프라푸치노와 같은 음료의 당류 함량은 100g을 넘는 경우가 많고, 사과 15~20개를 한번에 섭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이런 식습관이 반복되면 비만율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기에 비만하게 되면,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개수까지 늘어나 성인 비만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 게다가 비만은 다양한 만성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해결법은 없을까. 청소년 비만과 그 치료, 예방법에 대해 전 원장에게 자세히 물었다.
청소년 비만의 의학적 기준은 무엇인가요?
어른과 마찬가지로 체질량지수 bmi를 산출해서 절대 수치보다는 그 나이대에서 95 백분위수 이상일 경우 청소년 비만으로 판정합니다. 또 키가 안 크고 살만 찌는 것 자체도 비만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여학생 남학생에 따라 다르고 초경 전이냐 후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 나이대에서 키는 별로 크지 않는데 체중 백분위수가 너무 높다면 청소년 비만으로 가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살이 찐 상태인가요, 아니면 질병인가요?
점점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체중이 많은 상태라고 하기보다는 성인에서도 비만이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비만 치료제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외모의 문제보다는 체지방의 축적 자체는 다른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고,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비만, 방치하면 어떤 만성질환으로 연결될까요?
체중 혹은 비만 때문에 연결될 수 있는 질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성인병'이라는 말을 사실 요즘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 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많이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 혹은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니면 사실 중고등학생에서도 대사증후군 혹은 당뇨병 같은 게 충분히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체중이 정말 많은 경우에 체중 교정 혹은 식습관 교정이 없다면 평생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질환이고요. 그 외에도 학생들의 심리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2차적으로 우울감이나 불안감, 사회활동을 기피하게 되는 그런 심리적인 문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 비만의 원인은 유전인가요, 생활습관인가요?
정확하게 수치가 구분돼있지는 않지만, 대략 의사들이 동의하는 바로는 대략 절반은 유전 때문이고 절반은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가족은 식습관을 공유하고 생활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모의 bmi 지수가 높을수록 자녀들의 bmi 지수가 높다는 연구가 최근에도 발표됐습니다. 비례하는 경향이 있죠.
청소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나요?
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다른 점이 지방세포의 크기만 크는 게 아니라 지방세포의 개수가 늘어나는 시기일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성인이 돼서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 나중에 많이 빼더라도 그 체중이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성인도 마찬가지로 인생에 있어서 최고 체중을 갱신하지 않아야 하는데, 청소년은 더더욱이나 말할 것도 없죠. 그 나이에 있어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식습관이 중요할 텐데, 치킨, 피자, 라면 같은 고열량 음식은 일주일에 얼마나 먹어도 될까요?
이건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체중에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봐야 됩니다. 가끔 섭취하면서 내 체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주 2~3회까지도 괜찮겠지만, 그렇게 먹었더니 체중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제한을 해야 합니다. 가족 모임이나 특별한 날에 허용하면서 주 1~2회 정도로 제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료들은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음료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정말 체중 많이 나가는 친구들은 요즘 중학생들도 100kg 이상 가는 친구도 꽤 되는데, 그 정도는 그저 운동량이 적다거나, 좀 많이 먹는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중독성 식습관으로 이어지면서, 보통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게 음료수입니다. 예를 들어 이온음료를 생각해 보면, 콜라나 사이다에 비해 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당이 거의 30~40g씩 다 들어있어서 콜라나 사이다보다 더 달 수도 있습니다. 또 청소년기에 공부 등을 핑계로 많이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에도 당류가 50~60g 정도씩은 다 들어있습니다. 저번 주 기사였는데 영국에서는 청소년에게 에너지 드링크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물론 카페인 함량이 높은 것도 이유이겠지만, 포함된 당류도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과일 주스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권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일 주스는 원료가 되는 과일에도 당분이 많은데 제조 과정에서 많은 설탕을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당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용돈으로도 쉽게 사서 마실 수 있는 커피전문점의 음료들도 당 함량이 매우 높습니다. 밀크티나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들은 성분 표시가 잘 안돼있는 경우가 많아 모를 수 있지만, 사실 당이 100g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웬만한 캔 음료의 2~3배이고, 사과로 따지면 15~20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사과는 15~20개를 한번에 먹기가 힘들지만, 음료는 같은 양의 당분을 작은 컵 한 잔으로도 한번에 마실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 습관은 어떤가요? 학교 체육 시간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
요즘은 일부러 시키지 않으면 주로 학교와 집,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이외에는 활동이 없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체육 시간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합니다. 가정에서 추가적으로 활동을 시켜야 한다면 주중과 주말을 나눠서, 주중에는 어쩔 수없이 짜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 주말에는 부모님들과 교외로 나가서 자연을 접하고 야외 활동을 하는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좌식 생활도 비만에 영향을 주게 될까요?
학생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공부 때문에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좋지 않고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면 식사는 원래 식탁에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게 좋은데 공부를 하다 보면 식사 시간도 불규칙해지고 짧은 시간에 빨리 먹어야 되기도 하고, 그럴 때 안 좋은 식습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추가적으로 밤늦게 학원에 갔다 와서 과자 같은 간식을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만에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청소년 다이어트, 병원에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운동도 시켜보시고 식사 제한도 시켜보시고 해서 해결이 된다면 당연히 제일 좋죠.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혹은 부모님과의 소통도 잘 안되는 경우를 꽤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 혹은 의료진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님이 얘기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 병원에서 얘기하게 되면 일종의 진료가 되고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비만 클리닉에는 영양사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는 약 처방을 하고 접근을 하겠지만, 영양사가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학생들 생활 습관에 대해 조금 더 짚어주고 수정을 해보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들이 누적된다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겁니다. 또 비만 치료제 같은 경우에도 많이 발전돼서 예전에는 학생들한테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었다면, 요즘에는 주사제 같은 경우에도 중고등학생부터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이 꽤 됩니다.
청소년 다이어트의 가장 흔한 실수는 무엇일까요?
무리해서 칼로리만 줄이거나 칼로리를 더 태우기 위해서 운동만 더 강하게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인도 마찬가지인데, 그게 강압적이고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정확한 식단에 대한 교육 없이 그냥 무작정 다이어트 약 같은 것을 먹이는 경우, 오히려 약 복용을 중단하고 나서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꽤 볼 수 있습니다.
성장기엔 영양 섭취도 중요할 텐데, 다이어트와 병행할 수 있는 식단이 있다면요.
현재 다이어트의 큰 원칙은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자주 먹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식사와 식사 사이에 공복을 길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학생들도 그렇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머리 돌아가야 하니까", "공부 잘해야 하니까"와 같은 핑계를 대면서 탄수화물을 먹어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단당류가 집중력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연구는 사실 없습니다.
'설탕세' 도입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청소년 비만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있고 논의만 있는 단계인데, 해외에서는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도 있습니다. 설탕에 조금 더 세금을 매겨서 그 수요나 섭취를 감소하게끔 하는 정책입니다.
커피전문점 제조 음료 같은 경우 당류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특히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용돈으로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데, 설탕세가 붙어서 만약 그런 음료가 4~5천 원이 아니라 만 원 가까이 된다면 수요가 줄지 않겠냐는 거죠. 예전에 담배 가격이 올라가면서 흡연율이 줄었던 사례를 참고해서 그런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실 설탕이 유발하는 체중 증가와 비만, 그리고 다시 비만이 유발하는 많은 질환에 대해서 전 세계적인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비만은 역시 예방이 제일 중요합니다. 체중은 인생에서 계속 갱신이 되지 않도록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걸 목표로 삼으셔야 합니다. 체중이 많이 올라가면 금세 다시 빼서 적정 체중을 쉽게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환상에 가깝습니다.
식습관, 운동습관을 꾸준히 가져가는 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인 것이죠. 그래서 비만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식품 영양 성분표 보는 것에 대한 교육이 어렸을 때부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 교과 과정에는 이런 내용이 잘 없고 또 학생들도 그런 걸 볼 생각이 없다면 점점 더 단 음식을 찾고 중독적인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성분표 확인하는 것을 집안이나 학교에서도 조금씩 교육하면 비만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