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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헐도록 씻는다"...강박장애, 완벽주의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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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고 또 씻는다. 비누로 문지른 지 얼마 안 됐지만, 어딘가 오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씻은 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다시 세면대로 향하고, 손끝을 몇 분간 문질러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 손이 붉게 트고 갈라져도 이런 행동을 멈추기가 어렵다"

이처럼 불안한 생각과 반복적 행동이 일상을 잠식한다면, 불안장애의 한 유형인 '강박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강박장애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불안감을 유발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정신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고, 일상과 사회생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영 교수(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는 "강박장애 치료의 핵심은 생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새롭게 배우는 데 있다"라며 "강박으로 인해 일상이 제한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강박장애는 왜 발생하며 주요 증상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김 교수와 함께 자세히 짚어본다.

위험 감지하는 뇌 회로 예민해져 발생....심리·기질적 요인 등 영향
강박장애(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2.5%가 경험하는 비교적 흔한 불안장애다. 국내 환자는 증가 추세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강박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2만 4,446명에서 2019년 3만 152명으로 늘어 4년 사이 약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장애는 뇌의 특정 회로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보인다. 전두엽과 기저핵, 시상 등을 연결하는 '피질-선조체-시상-피질 회로(cstc 회로)'는 정보를 처리하고, 위험을 감지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이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뇌가 위협 신호에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는 세로토닌이나 글루탐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강박장애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심리적·기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김석영 교수는 "불확실성을 참기 어려워하거나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책임감이 강한 기질, 그리고 머릿속 생각을 실제 행동만큼 위험하게 여기는 인지적 특성이 강박장애의 심리적·기질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전적 소인 역시 강박장애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춘기나 청년기처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는 증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사회문화적 환경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경우 실수에 대한 두려움, 평가 중심의 문화, 체면과 수치심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박 증상이 나타나는 방식이나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완벽주의적 성격과 달라..."강한 이질감·괴로움 동반"
강박장애 환자는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인식하면서도 특정 사고나 행동을 반복한다. 반복적 사고와 행동은 함께 나타날 수도, 각각 나타날 수도 있는데, 불안을 줄이려는 행동이 오히려 증상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흔히 나타나는 강박사고로는 오염이나 감염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대칭과 정렬에 대한 집착,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끝없는 의심, 타인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 성적 또는 종교적 금기와 관련된 반복적인 생각 등이 있다. 김석영 교수는 "이러한 사고로 인해 생기는 불안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손을 반복적으로 씻거나, 문이나 가스밸브를 여러 번 확인하고, 물건을 일정하게 정렬하거나, 특정 행동 및 숫자를 반복하는 등 여러 의식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완벽주의적인 성격과는 다른데, 가장 큰 차이는 행동의 자발성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반복되는 생각과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며, 심한 고통과 이질감을 준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꼼꼼하거나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자신의 그런 성향을 자산처럼 여기고 만족감을 느끼는 반면, 강박장애는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는 고통스러운 인식을 동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격 특성과는 분명히 구분된다"라고 전했다.

진단 시 동반 질환 여부 살펴야...'인지행동치료'가 핵심
강박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자가 선별 도구로는 oci‑r, docs 등이 있으며, 병원에서는 y‑bocs(예일-브라운 강박척도)라는 평가가 표준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이러한 점수는 경고등처럼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참고 지표일 뿐, 실제 진단과 치료 방향은 전문가의 면밀한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김석영 교수는 "강박장애의 진단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dsm-5에 따라 강박사고와 행동의 반복 여부, 이로 인한 시간 소모나 일상생활의 손상, 그리고 다른 질환이나 약물 영향 여부를 모두 종합해 평가한다"라며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틱장애, 물질 사용 장애 같은 동반 질환 여부를 함께 평가해야 정확한 치료 계획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반복되는 생각이나 행동 때문에 하루 한 시간 이상이 사라지거나, 일상에 지장이 크다면, 이 시점이 바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신호이다"라고 조언했다.

강박장애 치료의 핵심은 인지행동치료(cbt)이며, 그중에서도 노출 및 반응방지(erp) 기법이 표준 치료로 널리 권장된다. erp는 환자가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자극에 의도적으로 노출되도록 하고, 그에 대한 강박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훈련을 통해 불안과 집착의 악순환을 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수용전념치료(act) 기법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act는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개인의 가치에 기반한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법이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환자가 강박 증상에 압도되지 않고, 불안을 견디며 스스로 삶을 조절하는 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약물 치료로는 ssri 계열 항우울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실제 병원을 찾는 다수의 환자들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김 교수는 "실제 치료의 결과는 어떤 약을 쓰느냐보다 치료자와 환자 간의 긴밀한 협력, 노출 과제의 꾸준한 실천, 그리고 가족의 올바른 지지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전했다.

'충분히 안전한 불확실성' 받아들이는 연습 필요
강박장애는 많은 경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적 경과를 보이기도 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치료 접근과 인내가 요구된다.

김석영 교수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고, 인지행동치료에서 배운 것을 충분히 실천하며,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라며 "재발이 있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치료 과정을 다시 점검하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회복을 위해서는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강박 행동을 미루는 연습을 하거나, 작은 불안 노출을 시도한 뒤 그 시간을 일상적인 활동으로 채워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완벽한 확실성' 대신 '충분히 안전한 불확실성' 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삶의 주도권을 점차 회복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박장애는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며, 회복을 위한 방법과 치료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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